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택배업계 곳곳에서 원청 교섭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폭넓게 인정해,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도 처음으로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그러나 정작 교섭 테이블에 앉지 못하거나 교섭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등 법 시행 취지와 현장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 상견례조차 못 해…택배노조 무기한 농성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20일 오후 서울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택배노조는 원청 교섭을 요구한 지 6년 반,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상견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를 이유로 들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이 바뀌면 현실도 바뀔 것이라 믿었지만, CJ대한통운은 여전히 온갖 핑계를 대며 교섭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이 대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둘러싼 공방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위수탁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마트유통노동조합'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이유로 상견례를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18일 노동위원회에서 해당 분리 신청이 인용 결정됐음에도 CJ대한통운은 "한 달 뒤 송달될 정식 결정문을 수령한 이후에나 교섭 일정을 논의하겠다"며 19일로 예정됐던 상견례 요구를 최종 거부했다.
택배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타 노조의 서류 한 장을 빌미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은 교섭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악의적 시간 끌기이자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즉각적인 상견례 일정 확정, 윤재승 오네(O-NE)본부장의 교섭 직접 참여, 대표이사 면담 수용 등을 촉구하며 회사가 응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롯데·로젠도 상견례는 했지만…핵심 의제 놓고 '평행선'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택배사들은 상견례까지는 마쳤지만, 실질적인 교섭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7월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택배업계 최초로 원청 교섭을 열고 교섭 의제와 절차를 논의했다. 이어 로젠택배도 같은달 13일 택배노조 사무실에서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원청 상견례를 진행하며 기본협약 논의를 시작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택배노조는 교섭 주기와 위원 구성 등 실무적 운영 방식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2차 본교섭에서 핵심 의제 타결에는 실패했다. 노조는 배송 수수료, 급지 체계, 주 5일제, 간선차 배차 시간 등을 원청 교섭 의제로 요구했다. 택배노조는 "배송 수수료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의 유일한 임금이며, 산정 기준이 되는 택배 단가와 급지 체계를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원청이 직접 협상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배송 수수료가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 사항이라는 점을 들며, 원청이 대리점을 배제한 채 수수료를 직접 협상하는 것은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과거 법원 판결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대리점과의 계약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기본협약 체결도 미뤄진 상태다. 로젠택배도 기본협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원청의 실질적 권한 행사 범위를 두고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원청-대리점-기사' 3자 구조…교섭 범위 놓고 책임 공방
택배업계에서는 현재의 교섭 난항이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제2조는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택배산업 특유의 '원청 택배사-집배 대리점-개별 위수탁 기사'로 이어지는 3자 계약 구조에서 실질적 권한의 경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택배노조는 배송 단가와 시스템을 쥐고 있는 원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원청 택배사들은 개별 기사의 수수료율 결정과 계약 해지, 노무 관리 권한을 대리점이 보유하고 있어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경우 대리점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과 쿠팡CLS의 교섭 결과가 향후 교섭 범위와 수위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선두인 두 업체가 노조의 요구대로 배송 수수료 체계를 손대거나 노동시간 단축 등을 허용할 경우, 다른 기업들도 이와 비슷하게 협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은 선두권 기업들의 교섭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각자의 협상 전략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며 "배송 수수료와 급지 체계, 주 5일제, 간선차 배차 시간 등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쥔 노동조건을 교섭 의제로 다룰지 여부가 중요한 만큼 선두권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 업계 전체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한글 기자
26.08.25 물류신문
원문 :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