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그동안 국내 물류센터 설립과 자체 배송망 구축설이 끊이지 않았던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류·배송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로컬 풀필먼트 센터 운영과 배송 서비스를 맡을 협력사 선정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사들에게 보낸 '로컬 창고 및 배송 서비스'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이번 입찰은 단순 운송 위탁을 넘어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풀필먼트 전 과정을 담당할 물류 협력사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입찰을 통해 선정된 협력사는 상품 입고부터, 재고 관리, 출고, 라스트마일 배송, 반품, 포장재 품질관리, 고객 대응가지 포함하는 물류 전과정을 담당하게 된다. 한편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류·배송 서비스 품질 통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이커머스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운영 지표(KPI)와 강력한 페널티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AIDC 시스템에 실시간 연동…엄격한 관리 기준 제시
알리익스프레스의 이번 입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물류 운영의 모든 과정을 알리바바 국제디지털커머스그룹(AIDC)의 자체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미세한 오류조차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관리 기준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상품 입고부터 재고 관리, 출고, 라스트마일 배송, CS 관리까지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대표적으로 상품이 창고에 도착한 뒤 검수보고서를 업로드하는 '검수 적시율'과 판매자 동의 후 지정 위치에 적치하는 '선반 적치 적시율' 모두 99% 이상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한 매일 0시 기준 재고 정보를 AIDC 시스템에 반드시 업로드해야 하며, 월말 기준 창고의 실제 실사 수량이 시스템 재고 수량과 99.9% 이상 일치하도록 요구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기존 국내 이커머스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AIDC가 모든 물류 상황을 자체 시스템에 연동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들여다보며 통제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류 전 과정에 촘촘한 페널티 조항 눈길
이번 입찰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촘촘한 페널티 조항이다. 풀필먼트 센터에 신규 상품이 입고되면 부피·중량 정보를 하역 후 48시간 이내에 전송해야 하며, 측정 데이터의 편차가 절대값 기준 5%를 초과할 경우 잘못된 측정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함께 추가 배상금도 부담해야 한다. 또 식품과 반려동물 식품, 영유아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 민감 품목은 유효기간을 낱개 단위로 100% 전수검사해야 하며, 반드시 선입선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포장재 기준도 세세하다. 박스의 압축강도와 치수, 중량뿐 아니라 에어캡, 에어필로우, 에어칼럼백, 테이프 등 완충재의 물성 기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기준 미달 시 반품과 검사비,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포장이 완료되지 않아 출고되지 않았음에도 물류 상세정보에 출고 처리 노드가 생성되면 '허위 출고'로 간주해 주문 건당 위약금을 부과한다.
배송 서비스에서도 단순 출고를 넘어 고객 문의와 사고 대응을 포함한 운영 체계를 요구했다. 협력사는 배송 현황을 공유하고 주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운영 연락망과 업무 커뮤니케이션 체계도 갖춰야 한다. 또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간 온라인 응대를 제공하고, 문의 접수 후 24시간 이내에 답변하는 등 높은 수준의 CS 역량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재고 배치 관리 기준과 판매자 민원 대응 등 전 분야에 걸쳐 까다로운 운영 기준과 위약금 조항을 마련했다.
쿠팡·네이버와 배송 경쟁 본격화…물류업계는 '기회와 부담'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풀필먼트 센터 운영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네이버도 외부 파트너에 의존해 온 물류 체계에서 벗어나 풀필먼트 솔루션인 'N배송 by 네이버(N배송 FBN)'를 선보이며 물류비 절감과 배송 품질 향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국내 풀필먼트 센터와 배송 서비스를 기반으로 물류 전 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쿠팡과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과 배송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초저가 전략만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배송 속도와 품질, 사후 서비스까지 포함한 구매 경험 전반을 끌어올려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점유율 확대에 나서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풀필먼트 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배송 리드타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재고 관리와 반품 처리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 불만 감소와 재구매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보다 서비스 경쟁력이 더욱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류업계에서는 물량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물류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높은 수준의 서비스 기준과 촘촘한 손해배상·위약금 조항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풀필먼트 센터 운영 차질이나 배송 지연이 발생할 경우 물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질 수 있어 자칫 물량이 늘어도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을 확보하면 단기간에 물동량을 늘리고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사업"이라면서도 "반면 알리익스프레스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배송 품질과 엄격한 서비스 기준, 강도 높은 손해배상 조항까지 감당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한글 기자
26.07.29 물류신문
원문 :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