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정부가 오는 5월 입법을 목표로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택배, 배달 등 물류 산업은 물론 산업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노무 제공자가 분쟁 발생 시 일단 '근로자'로 추정받으며,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노동자가 스스로 종속성을 증명해야 했던 기존 입증 구조를 180도 뒤집는 변화로, 약 87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우산 아래로 들어올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물류 현장을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현장을 이해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노무 제공자 보호라는 취지와 노력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나 지원 없이 기존 경제 구조 내에서 현장이 모든 부담을 떠안으라는 식의 정책 추진은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적 합의 비용도 벅찬데 퇴직금까지?", 택배 현장 불안감 휩싸여
근로자 추정제는 기본적으로 '가짜 3.3'으로 불리는, 무늬만 프리랜서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노무 제공자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모든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물류 업계는 관련 내용이 공개된 이후 국내 물류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택배 현장의 경우 지난 2021년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로 인해 ▲택배사가 분류 작업 비용(인력) 전액 부담 ▲산재·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주 60시간 근무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업계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분류 인력 투입 비용과 보험료를 부담하며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 되면 택배기사를 비롯해 분류 인력의 퇴직금 지급, 주 52시간제 적용,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납부 등이 추가되어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택배 업계 관계자는 "이미 분류 비용, 산재·고용보험료 등을 두고 택배 현장은 현실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 추정제'까지 도입될 경우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되는 순간, 기사 1인당 연간 수백만 원의 퇴직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 이후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퇴직금과 4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라고 한다면 폐업을 하고 차라리 기사로 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달 수수료 내리라더니…", 비용 부담 결국 소비자
정부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 돕고 배달 라이더의 처우 개선, 배달 중개 수수료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플랫폼과 배달 대행사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배달 중개 수수료를 인하는 요원해지고 비용 인상 또는 다른 형태로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달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기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배달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어 대기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할 경우, 기업들은 막대한 고정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하면서, 비용은 수천억 원을 더 쓰라고 강요하는 꼴"이라며 "지금도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적자인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 수수료 인하는 고사하고 구독료 인상, 음식 가격 상승, 배달비 인상 등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한 명의 배달 라이더가 여러 배달 플랫폼 앱을 동시에 이용할 경우 누가 '진짜 사장'인지 찾는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배달 대행 관계자는 "여러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 라이더가 퇴직금을 요청할 경우 누가 주된 사용자인지 플랫폼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라며 "이 같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 '전속 계약'을 할 경우 라이더의 소득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도 더 비싼 금액을 내고 더 늦은 배송을 받거나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 특정일에는 추가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달을 부업으로 삼는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 '초단기 노동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는 "단 1시간을 일해도 근로자로 추정될 여지가 생긴다면, 기업 입장에서 하루 1~2건 배달하는 라이더를 위해 근로계약서를 쓰고 4대 보험, 퇴직금을 적립하는 비용을 감당하기란 어렵다"고 반문했다.
석한글 기자
26.01.23 물류신문
원문 :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