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화물운송 시장의 ‘안전운임제’처럼 택배 산업에도 적정 소득을 보장해 무리한 장시간 노동을 막자는 ‘택배 안전수수료’ 도입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등이 주최한 ‘과로사 방지를 위한 택배산업 안전수수료 체계 마련’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택배사들이 속도 경쟁에만 몰두한 결과, 택배기사들이 연중무휴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노동 강도를 기준으로 한 표준화된 수수료 체계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택배산업이 ‘더 빠르게, 더 많이’를 기준으로 성장하는 동안 물량 급증과 건당 수수료 하락이 동시에 벌어졌고, 그 부담이 장시간 노동과 배송 안전 사각지대로 전가되며 과로사가 ‘구조적 결과’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안전수수료 체계는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라 노동 강도와 위험을 반영한 최소한의 산업 기준을 세우고, 과로와 사고의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겠다는 사회적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배송 규격·난이도 따라 수수료 차등화해야"
남희정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은 택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과로의 근본 원인이 ‘배송 속도 경쟁’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멈추기 위해 불합리한 현행 수수료 체계를 ‘택배 안전수수료’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본부장은 현재의 과로 문제가 과거 ‘분류 작업’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배송 속도 경쟁이 과로를 구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송 경쟁에서 뒤처진 택배사들이 저가 요금 경쟁에 뛰어들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택배 노동자의 수수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가 떨어지자 택배기사들은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하고, 이는 다시 노동시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행 수수료 책정 방식의 불합리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남 본부장은 “택배 요금은 대형 화주의 물량 유치를 위한 영업 정책에 따라 할인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 난이도와 무관하게 수수료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택배 안전수수료’ 도입 방안으로 규격에 따른 차등 지급을 제안했다. “쿠팡은 30kg이 넘는 물품을 배송하든 작은 박스를 배송하든 동일한 정액 수수료를 받는다. CJ대한통운 역시 대형 화주와 계약한 ‘이형 화물’의 경우 단가가 낮게 책정돼 택배기사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장 일반적인 택배인 ‘소형(세 변의 합 100cm 이하, 5kg 이하)’을 기준값 ‘1’로 설정하고, 규격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의 표준화된 수수료 체계를 제안했다.
배송 지역의 난이도를 뜻하는 ‘급지’ 산정 방식의 표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남 본부장은 가장 합리적인 모델로 우체국 택배를 꼽으며 ▲행정구역(농어촌 등) ▲단위 면적당 물량(배송 밀집도) ▲시간당 배송량 등 세 가지 객관적 지표를 점수화해 급지를 산정하자고 말했다.
이를 통해 1급지부터 9급지까지 구분하고, 최저 급지(1급지) 대비 최고 급지(9급지)의 수수료를 약 1.4배 수준으로 설정해 과도한 격차 없이 합리적인 보상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국토부 산하 위원회 신설해 '최저 수수료' 고시"
현장의 오랜 갈등 요소인 영업점(대리점) 수수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기사 수수료에서 영업점이 10~15%, 많게는 30%까지 운영비 명목으로 차감하고 있지만 기준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남 본부장은 “관급 공사에서 노무비와 자재비를 분리 발주하듯,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와 영업점의 관리·운영비를 계약 단계에서부터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표준화된 수수료 체계가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산하에 ‘택배 안전수수료 위원회’를 설치해 화물 안전운임제처럼 최소 2년에 한 번 최저 수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 권고가 아니라 택배 사업자 재등록 시 표준 규격과 급지에 근거한 수수료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택배 수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남 본부장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쿠팡·네이버·알리·테무 등 대형 화주들이 택배 거래 구조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거대 유통 플랫폼들이 물량을 무기로 택배 단가를 후려치고, 그 비용을 택배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한다면 소비자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 제값 내는데 현장은 적자…'투명한 분배' 관리 감독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영업점(대리점)을 대표해 참석한 오문우 한국생활물류택배서비스협회 이사장은 “국민들은 택배비가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현장 운송료는 2021년 사회적 합의 당시 건당 2,800원에서 2025년 현재 2,2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며 “심지어 2,000원 미만 단가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소비자가 지불한 그 돈이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며, 안전수수료 논의에 앞서 택배 산업의 전체 파이가 비정상적으로 줄어든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업점이 가져가는 몫은 이미 정해져 있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사 수수료의 하한선만 법으로 강제할 경우, 영업점은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번 논의가 ‘을(영업점)과 병(기사)’ 간 제로섬 갈등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
오 이사장은 “작년 7월을 기점으로 택배비가 매달 100원씩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사회적으로는 택배비가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택배사 간 과당 경쟁으로 영업점이 손에 쥐는 박스당 단가는 5~6년 전보다 500~600원가량 하락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택배비와 현장의 실제 운송료 사이의 괴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는 제값을 내고 있지만, 중간 단계에서 비용이 누수되거나 과도한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해 현장의 몫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비 인상 아닌 원칙 준수”…법에 명시된 ‘처우 개선’ 지켜야
영업점의 비용 구조 역시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이사장은 “영업점이 고용한 분류 인력의 퇴직금은 운송료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고,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산재보험 의무화로 인한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스당 약 1.18원의 사회보험료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실제 보험료와 경비율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한진이나 롯데택배처럼 영업점이 전체 물량의 80%를 직접 집하하는 구조에서는, 집하를 많이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형적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이사장은 “택배비를 인상해 국민 부담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명시된 원칙만이라도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이 지불하는 택배비가 실제 택배 사업자와 영업점,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에 쓰이도록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한글 기자
25.01.14 물류신문
원문 :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