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 쿠팡에 맞서기 위해 네이버가 ‘반(反) 쿠팡 연합’을 확대하며 지각변동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인 롯데, 신선식품 강자 컬리와 잇따라 손을 잡았으며,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활용해 퀵커머스 망을 구축하는 등 이커머스 역량과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네이버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컬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자체 앱만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신규 고객 확보와 성장세인 물류자회사 넥스트마일의 든든한 우군을 얻게 돼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네이버, AI·물류 협력 강화로 이커머스 시장 확대
쿠팡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인 네이버는 올해 자신들의 가장 큰 강점인 인공지능(AI) 기반의 별도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이커머스 사업 확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롯데 유통군과 온·오프라인 유통 부문의 AX(AI Transformation) 혁신까지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며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번 협력은 네이버의 장점인 AI, 클라우드 기술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방대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접목해 ‘유통 특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AI를 통해 고객 분석, 광고 타겟팅 정밀도 향상,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효율화 등 ‘AX(AI Transformation)’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팡에 비해 부족한 부분으로 평가받는 물류 부분의 경우 ‘N배송’ 시스템을 확장했다.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참여한 물류 기업들과 협력해 ‘오늘배송’, ‘새벽배송’ 등 다양한 배송 옵션을 확대했다. 또한 CU, GS25와 같은 편의점은 물론,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슈퍼마켓(SSM)과 ‘지금배달’을 통해 이용자 주변 1.5km 내외 지역에 1시간 내 배송을 구현하며, 즉시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 김슬아 컬리 대표, 정경화 네이버플러스스토어 프로덕트 리더
네이버 연합 전략의 화룡점정은 프리미엄 신선식품 강자 컬리와의 동맹이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으로 ‘컬리N마트’를 열고 컬리의 프리미엄 상품과 샛별배송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 물류와 함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장보기’ 카테고리를 단숨에 보강했다. 또한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시켜 파트너사들의 새벽배송 옵션을 확대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네이버의 검색, 개인화 추천 기술 및 대규모 마케팅 효과와 컬리가 보유한 상품 소싱, 장보기 특화 큐레이션, 배송 역량 등 양 사가 보유한 경쟁력이 결합해 새로운 장보기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컬리N마트’를 시작으로 양 사가 물류, 사업, 마케팅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을 고도화해 사용자들에게 더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편화된 네이버 물류망, 일관된 배송 품질 확보가 핵심
쿠팡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직접 운영하는 모델을 구축한 것과 달리 네이버는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통해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네이버의 협력 모델이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어 왔다. 쿠팡이 ‘로켓배송’ 브랜드 아래 주문부터 배송, 반품, 고객 서비스(CS)까지 완벽히 통제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각기 다른 물류 시스템을 가진 여러 파트너사들이 NFA에 모여 있는 만큼 각 업체들이 얼마나 매끄럽게 협력하며 일관된 배송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NFA를 통해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배송 품질을 확보했다. 하지만 파편화된 물류 과정을 유기적으로 엮어내지 못하거나 업체별 서비스 능력의 차이가 크면 네이버가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 수준이 제각각이 될 것”이라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불만,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져 플랫폼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관된 배송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말부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풀필먼트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직접 계약의 당사자로 나서는 등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쿠팡의 ‘로켓 그로스’와 유사한 구조로 네이버스토어 판매자가 네이버와 직접 물류 계약을 맺고, 네이버가 정산부터 CS, 교환·환불까지 담당해 서비스 품질 향상을 돕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
컬리, 물류 효율성·수익성 둘 다 잡을까
컬리는 이번 협력으로 국내 최대 활성 이용자 수를 확보한 네이버에 ‘컬리N마트’로 입점하며 단숨에 거대한 고객 접점을 확보했다. 이는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며 외연을 확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평가다. 김슬아 대표도 “네이버를 통해 컬리 상품을 이용하는 신규 고객의 유입과 물류 효율 개선으로 회사의 성장 가속화가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빠르게 성장할 당시 코로나라는 요인과 함께 국내 유명 배우를 기용한 광고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요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성장이 정체되면서 높은 광고비는 적자의 원인으로 지적됐다”며 이번 협력은 막대한 광고비 없이도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또한 컬리의 실적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컬리는 지난해 2월 경주를 시작으로 11개 지역에 새롭게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7월에는 제주도 하루 배송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배송지역 확대에 적극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팀프레시의 새벽배송 중단에 따른 물류 공백이 발생하면서 컬리의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은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팀프레시가 담당하던 물량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으며 여기에 기존 식품 카테고리 외에도 뷰티, 명품 등의 판매 호조, 풀필먼트 서비스(FBK) 등의 성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컬리의 거래액은 59.4% 늘었다. 컬리는 실적개선을 위해 앞으로 3PL과 FBK의 카테고리를 다각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이 네이버의 물류 연합인 ‘NFA’에 합류하면서 네이버의 다른 판매자들도 컬리의 ‘샛별배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네이버를 통해 주문량 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확보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경우, 새벽배송의 높은 물류 비용이 낮아져 컬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IPO, 추가 투지 유치 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한글 기자
25.09.24 물류신문
원문 :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