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산재사고 사망 만인율)은 인구 1만 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인 1만 명당 0.29명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매년 수많은 근로자가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연일 강도 높은 산업안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산재를 일으킨 기업에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고, 근로자를 안전관리의 주체로 설정해 산업 현장의 위험 개선 요구가 경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물류산업은 복잡성과 높은 위험성, 장시간·야간 노동 등으로 인해 사고 재해율과 사망 발생률이 타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라 물류업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2024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운수창고통신업의 경우, 사고 재해자는 16,961명으로 그중 사망자는 221명이었다. 특히 물류센터의 경우 대형화, 자동화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근로자는 고령화, 비정규직 단기 근로자, 여성 근로자 등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속도와의 전쟁’ 아마존 물류센터, 재해율은 업계 평균의 2배
물류센터의 높은 재해율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의 물류센터도 산업 대해 문제가 고질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가 발표한 '재해-생산성 상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아마존 물류센터의 재해율은 6.54%로 업계 평균인 3.17%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보고서는 아마존이 속도 경영에 집착한 나머지 근로자 안전을 무시하고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 반복적 스트레스와 피로를 누적시켜 재해 위험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프라임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성수기에는 재해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 내부 연구에서도 이미 근로자에게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이를 묵살하고 관련 데이터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아마존 측은 “오래되고 신빙성 없는 데이터를 엮은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조사를 주도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아마존이 근로자 안전을 무시하고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해왔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생산성 목표 미달 직원에 대한 징계 유예와 휴가 확대를 요구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 도입만으로는 부족”…안전문화 내재화가 핵심
물류센터의 재해는 단순히 작업자의 부주의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복잡한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재해 발생 원인을 ▲직접적 원인(불안전한 행동·상태) ▲간접적 원인(관리·환경적 요인) ▲근본적 원인(안전의식 부재)로 분석한다.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과 현장의 불안전한 상태로는 안전모 미착용, 지게차 과속 운행, 중량물의 무리한 운반 등이 대표적인 불안전 행동으로 꼽힌다. 여기에 열악한 조명, 정리되지 않은 작업 통로, 방호장치 없는 컨베이어 벨트 등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불안전한 상태다.
또한 물류센터가 점차 대형화·자동화되고 있지만 단기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에 따라 체계적인 안전 교육이 어렵고, 숙련도 부족으로 사고 위험이 커진다.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작업별 표준 안전 매뉴얼이 부재한 것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두 가지 원인 외에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경영진부터 현장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안전을 비용으로 여기는 문화라는 지적이다. 구성원들의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없이 안전 조직 구성, 실효성 있는 교육, 안전 문화 정착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일부 선도 기업들은 재해율을 낮추고 안전한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사람과 지게차, 컨베이어 벨트가 뒤섞여 일하던 환경을 개선해 작업자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위험 요소와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또 작업자가 위험한 기계에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작동을 멈추는 안전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기반의 CCTV를 통해 위험 행동을 감지하거나, 무인 지게차 또는 지게차에 충돌 방지 센서를 부착하고, 모든 근로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그날의 안전 수칙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매일 업무 시작 전 체크리스트를 통해 작업자가 안전을 생활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 도입과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안전 문화 내재화’를 핵심으로 꼽는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안전한 물류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해야 한다”며 “최고경영진의 확고한 안전 경영 의지 표명, 안전 전담 조직 구성 및 권한 부여, 기술적·물리적 환경 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 형식적인 교육에서 벗어난 체험형·맞춤형 안전 교육 실시, 근로자 스스로 안전 점검에 참여하는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석한글 기자
25.08.29 물류신문
원문 :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