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 노란봉투법 산업 대혼란 - (中) 노조 공화국 전락 위기
쿠팡·택배 4사 특수고용 기사
새로운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
원청과 직접 교섭 추진할 방침
하청노조 수십~수천 개 난립땐
택배 업체들 별도 협상 나서야
대대적 파업땐 물류대란 뻔해
각종 요구 쏟아내는 노조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CLS 6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들이 쿠팡CLS 측에 반복배송 폐지, 수수료 인상 등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6개월 후 시행되면 산업의 혈관 역할을 하는 ‘물류 마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택배 4사와 쿠팡의 새로운 단체교섭 대상이 될 특수고용직(특고) 택배 기사가 전체 택배 기사의 90%에 달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택배 기사가 새로운 교섭 대상에 포함돼 이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출고 중단·배송 차질 등 국내 물류 마비가 현실화할 것이란 얘기다.
산업 현장이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몸살을 앓으며 ‘노조 공화국’이란 지적마저 나오지만, 노동계는 법안 통과 직후 ‘현장 총력 투쟁’을 선언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태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택배 등 택배 4사 및 쿠팡 대리점들과 계약한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고 택배 기사들은 총 7만95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회사의 직접 고용 택배 기사들이 총 7350명인 점을 고려하면 특고 신분 기사들이 전체 기사의 90.6%에 이른다. 특히 두 회사는 아예 직접 고용 직원 없이 특고 택배 기사들만 운영 중이었다. 다른 한 회사는 전체 기사 중 직접 고용 직원 비율이 2.6%에 그쳤다.
특고 택배 기사들이 주축이 된 노조 측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각 기업은 수십∼수천 개 하청 노조가 난립하고 이들과 모두 단체교섭을 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하청 노조와의 직접 교섭을 거부해왔던 CJ대한통운은 전국택배노조와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A 기업 관계자는 “특고 기사들의 목소리가 드세지고 파업 등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대적인 노조 파업 영향권에 놓이게 되면, 대한민국 물류 마비는 과장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B 기업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특고 기사들이 계약을 맺은 대리점 고유의 경영 판단이 있는데,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이 교섭에 나서면 자칫 대리점의 독립적 경영권을 침해하게 된다”며 “이는 하도급법을 위반하게 될 소지가 있는 만큼 산업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원청과의 직접 교섭 등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권리가 살아 움직이도록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성명을 냈다. 이어 ‘진짜 사장 교섭 쟁취 투쟁 본부’를 결성하고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물류 등 원·하청 구조인 주요 산업 분야에선 하청 노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현대제철과 네이버, LG헬로비전 등 하청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과 고용 보장 등을 공식 촉구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원청의 단체교섭과 근무환경 개선, 4대 보험 전면 적용 등을 집중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은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한국GM의 올해 상반기(1∼6월) 생산량은 25만937대로 전년 동기(26만8720대) 대비 6.6%, 현대차·기아도 같은 기간 175만9831대로 전년 동기(176만9592대) 대비 0.55% 감소했다. HD현대그룹 계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임단협 교섭 타결이 무산될 경우 공동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최준영 기자, 최지영 기자, 노유정 기자
25.08.26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