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한 제지업체 공장 내부에서 제지를 생산하는 모습.
올해 1분기 제지업계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디지털경제 확산으로 종이수요가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조업 경기마저 악화돼 포장재 등의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택배물량 감소로 포장박스에 쓰이는 판지 등의 수요도 줄어 관련 기업의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19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 제지업체 14곳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총 매출은 2조2310억원, 영업이익은 96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8% 줄었다. 제품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팔았지만 마진이 4분의 1 감소했다.
종이는 크게 인쇄용지(기록물)·산업용지(포장)·위생용지(화장지)·특수지 등으로 구분한다. 산업용지는 택배박스 등에 쓰이는 골판지와 제과·의약품·화장품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로 나뉜다. 올해 1분기엔 산업용지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의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골판지 원지 중 하나인 라이너지와 지관지(종이로 만든 원통형 형태의 관)를 주로 생산하는 영풍제지는 지난해 1분기 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엔 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매출도 282억원에서 191억원으로 32% 급감했다. 골판지 원지와 골판지 상자 등을 주로 생산하는 아세아제지는 매출이 10.7%, 영업이익은 33% 감소했다. 국내 1위 골판지 박스 포장재 생산업체 태림포장 역시 매출이 7.1%, 영업이익은 15.6% 줄었다. 한 골판지 제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당시엔 골판지가 금판지로 불릴 정도로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재고가 많이 쌓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감소로 택배 물량이 줄어든 것도 악재"라고 덧붙였다.
국내 제지업계 1위 한솔제지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솔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610억원, 영업이익은 7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3% 감소했다. 계열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세차례 제지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실적 방어엔 역부족이었다.
한솔은 제조업 경기 하락, 종이 원료인 펄프 가격과 에너지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서 지난 4월24일 기준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t당 770달러(약 103만원)다. 지난해 8월 t당 1030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연말까지 고공행진을 벌이다가 올해 들어서는 점차 내림세다.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장항공장이 지난해 말 폭설로 가동을 멈춘 점도 실적 악화의 배경이다. 장항공장은 한솔제지의 핵심 공장 중 하나로 연간 60만t의 인쇄용지와 특수지를 생산한다. 한솔 관계자는 "장항공장은 2분기 내 재가동을 목표로 복구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지업체 중 유일하게 펄프를 직접 생산하는 무림그룹은 선방했다. 무림 계열사 무림페이퍼와 무림SP는 무림P&P가 울산공장에서 만든 펄프로 친환경 종이와 특수지 등을 만든다. 펄프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무림페이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448억원, 영업이익은 21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각각 21.2%, 21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림P&P 매출은 23.8%, 영업이익은 36% 늘었다.
2023.05.19 아시아경제
원문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051823470784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