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3일 새벽 5시30분. 아직 어둠이 걷히기 전 경기 용인 로젠택배 용인처인지점은 이미 택배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길게 ㄴ자로 늘어선 레일 앞에는 패딩점퍼와 장갑, 모자, 방한화로 중무장한 택배노동자 30여명이 차가운 입김을 내뿜으며 ‘까대기’(배송 지역별로 택배물을 분류하는 작업)할 물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하 9도까지 내려간 이날 작업장 안으로 매서운 바람이 들이쳤다. 찬바람을 막아줄 벽이 없는 분류 작업장 지붕엔 고드름이 달렸다. 화재 위험 때문에 난로 없이 추위를 버티다가, 곱은 손으로 도저히 작업이 힘들 때는 작은 등유 난로에 손을 녹였다.
현장여건에 따라 분류인력 투입이 어려울 경우 예외적으로 택배노동자를 분류작업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로젠택배 본사 쪽은 “전국적으로 분류인원 200여명이 투입돼 있다. 분류작업을 직접하는 택배기사들에 대해서는 별도 합의한 기준 이상으로 매월 분류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택배사 지점 및 대리점에서는 분류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운 이유로 구인난을 꼽고 있지만, 택배노동자들은 분류인력 채용보다 기존 택배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시키는 게 편하고 싸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변태호 전국택배노조 로젠택배 용인처인지점 지회장은 “분류작업 명목으로 월 45만원가량 주는데, 별도 분류인력을 구하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할 것이다. 가장 싸게 먹히는 방식으로 택배노동자에게 과한 노동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처인지점 택배노동자 박경득씨는 “분류작업은 하루 택배 노동의 50% 이상에 달하는 중노동이다. 우리는 분류작업을 하고 나서 택배 상자 300∼400개를 배송하러 나가야 한다”며 분류인력 채용을 촉구했다.
이곳 외에도 여전히 택배노동자가 직접 분류작업을 하는 곳은 많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현장조사(2022년 1∼8월) 결과를 보면, 분류인력 투입으로 택배 기사가 분류노동을 하지 않는 곳은 29%(현장조사 97곳 가운데 28곳)에 불과했다. 일부라도 분류인력이 투입된 곳은 56%(54곳), 분류인력이 아예 없어 택배노동자가 모든 분류작업을 맡는 곳이 15%(15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