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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족쇄 vs 불법·폭력 조장… 노조법 개정 놓고 ‘갑론을박’
사무국
2022-09-27 09:07:22
조회 257
노동계, 노동자·사용자 재정의 및 손해배상 금지 요구… 野 입법 움직임
경제계, 국회 환노위 방문해 의견 전달… “경제 질서 심각하게 훼손”
법적 형평성 문제 제기… “헌법·민사법에 노동 운동만 예외 둘 순 없어”
 

▲ 노동계와 야권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 지위 확보, 원청 기업과 하청 노동자 협상 허용, 노동 운동에 대한 손해 배상 면책 등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법 개정 운동본부 가 국회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사태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며 해결됐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사태를 비롯한 최근 노사갈등에서 노사 합의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와 야권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 지위 확보, 원청 기업과 하청 노동자 협상 허용, 노동 운동에 대한 손해 배상 면책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경제계는 경제 질서 혼란과 불법·파업 시위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 운동 보호해야”… 정치권·노동계 등 노동조합법 개정 추진
 
이달 9일 하이트진로 측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6개월가량 지속된 하이트진로 노사 갈등이 일단락됐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는 운송료 5% 인상, 공장별 복지 기금 1% 조성, 휴일 운송단가 150% 적용 등에 합의했다. 이에 더해 하이트진로가 화물연대 노조원을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 배상 소송도 철회하기로 했다.
 
하이트진로 자회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이 올해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후 운임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이 시작됐다. 6월에는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이천·청주공장 출입을 막으며 공장 출고율이 평상시의 38%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영업 방해 행위 등이 이어지며 하이트진로가 입은 피해는 직접 피해 60억원, 간접피해 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이트진로는 이에 시위 적극 가담자를 대상으로 27억76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에 반발해 하이트진로 본사 1층과 옥상을 점거하고 강경 투쟁에 나섰다. 일부 조합원은 옥상에 올라가 “시너를 들고 왔으니 불을 붙일 수 있다”며 “경찰이 진입하면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노사가 합의안을 마련하며 하이트진로 파업이 일단락 됐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노조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근로자’와 ‘사업자’를 정의한 노동조합법(노조법) 2조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3조가 개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현행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에 따라 하청노동자는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하고 원청과는 교섭할 수 없다.
 
노조법 개정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하청 노동자의 처우와 관련해 실질적으로는 원청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의 정의에 ‘근로조건에서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미치는 자’를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간접·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간접·특수고용 노동자도 노동자에 포함되도록 노조법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하이트진로의 손해 배상 청구에 반발해 하이트진로 본사 1층과 옥상을 점거하고 강경 투쟁에 나섰다. ⓒ스카이데일리
 
노조법 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조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합법적인 쟁의 행위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 기업이 손해 배상 소송 청구를 통해 노동 활동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다시 제출된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는 기업이 쟁의 행위로 타격을 입어도 노조나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15일 당론으로 대표발의했다.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정의당 소속 의원 6명과 함께 민주당 소속 의원 46명이 이름을 올리며 야권 공조체제에 들어갔다. 이은주 위원장은 “헌법에 노동3권이 있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노동조합을 하고 쟁의하는 것은 여전히 목숨 내놓고 인생 거는 일이 되고 있다”며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 노란봉투법을 발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하이트진로 노사합의 이후 설명서를 발표해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 결정하는 원청기업은 파업 기간 내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무기삼아 노동자들을 시시각각 옥죄었다”며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이지만 원청기업의 손배가압류, 무책임한 교섭 회피로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측은 이어 “교섭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억제하고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탄압하는 원청 기업의 반노동, 반인권적 행태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에 우려 속출… “불법·폭력 행위 면죄부 될 수 있다”
 
이러한 노동계와 진보 진영의 노조법 개정 요구에 대해 사용자 측에서는 적잖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의 경우 기존의 노동 계약과 교섭 체계와 반대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노사관계는 소속 근로자와 소속 기업이 현재 경영 상황에 맞춰서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조율하는 구조”라며 “제3의 기업에 문제나 관련 권한을 요청하는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근로 계약을 맺어서 사용자가 임금이나 휴가 등을 모두 규율할 수 있는 관계에서 단체 교섭이 의미가 있는 건데 개인 자영업자나 하청 관계까지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며 “특히 하청의 경우 원청이 교섭해버리면 그동안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부 특수 고용 노동자의 경우 노동자에 포함되는 것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 올해 초 택배노조 파업 당시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은 ‘우리는 노동자가 아닙니다’ 등의 문구를 내세우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은 “무분별한 노조 설립으로 개인사업자 성격을 지닌 택배기사가 근로자 지위를 취득하게 되면서 사업자도 근로자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서게 됐다”면서 “이로 인해 일하고 싶지만 일을 할 수 없게 법으로 막아버린 지금 예전처럼 사업자의 지위에서 본인이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싶은 인원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을 방문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사진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이와 비교해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이 강성 성향을 띠는 가운데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방지책으로 기능하는 손해 배상 청구가 금지될 경우 불법 파업과 영업 방해 행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을 방문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불법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인데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우리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의 경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재산권을 위협하는 폭력·파괴 행위 등에 대한 처벌에서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만 예외로 하는 것은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과 민법에서 규정하는 재산권 보호와 손해배상청구법은 모든 국가의 헌법과 민사법에 예외 없이 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권리를 노동운동에 따른 손해라고 해서 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미 노조법에서 정당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폭력과 파괴 행위까지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은 불법행위 조장과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노조법 개정은 입법의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합법적 쟁의행위를 할 경우 민형사상 면책이 되지만 그럼에도 현재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보여 입법 논의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입법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사례를 수집해 유형별로 분석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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