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조현민 한진 부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택배업계가 사업 확대를 본격화한다. 다만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둘러싼 노동관련 현안 해결이 시급하다. 당장 설 연휴를 앞둔 상황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 마저 핵심 사안이 빠진 반쪽짜리 법안에 그쳐 택배사와 노동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달 강신호 전 CJ제일제당 대표를 새 대표로 맞았다. 그는 지난 1988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DNS추진팀, 인사팀,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치며 회사 내 입지를 굳혔다.
2013년 CJ프레시웨이 대표로 재직할 당시에는 취임 1년 만에 회사 영업이익을 3배 넘게 키웠고, CJ제일제당에서는 '비비고'브랜드를 성공시키며 식품사업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로 올라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냈다.
CJ그룹 계열사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온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겨 사업 확장을 이끌어 나간다. 사업 확장의 핵심은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사업으로, 지난해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인 네이버와 전략적 동맹을 통해 네이버 쇼핑의 안정적 배송 물량을 확보했다. 이미 네이버 쇼핑 브랜드스토어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접목한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최대 규모 물류센터인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을 활용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장한다.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왼쪽)와 조현민 한진 부사장. 사진/각 사
조현민 부사장이 새로 부임한 한진도 올해 미래성장 경쟁력과 마케팅 강화에 나선다. 지난해 말 한진 정기 임사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 부사장은 겸직중이었던 한진칼과 토파스여행정보 임원직을 내려놓고 한진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조 부사장 부임 직후 미래성장전략실 신설, 마케팅총괄부의 마케팅실 확대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사업 발굴 및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 등의 미래 성장 경쟁력과 전사적 공유가치창출(CSV)을 강화하고 마케팅에도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한진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원클릭 플랫폼 서비스, 함안수박 공동마케팅, 친환경 택배전기차 개조사업 등 신사업과 CSV 창출에서 성과를 내며 마케팅 능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택배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세운 한진은 올해 터미널 케파(Capa) 및 자동화 투자 확대, 이커머스와 홈쇼핑 등 전략 고객과의 협력 관계 강화 등으로 택배 사업을 확장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한진렌터카와 부산 범일동 부지를 매각해 투자재원도 마련했다.
다만 현재 눈 앞에 놓인 과제는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한진 등에서 10여명의 택배 기사들이 과도한 업무로 사망해 노동자와 택배사 간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다. 앞서 택배업체들이 심야배송 중단, 분류업무 지원 인력 투입 등의 택배기사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택배 '분류작업'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택배를 배송하기 전 배송지별로 나누는 분류 작업은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송업무 외 분류작업에만 5~6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분류작업에 대한 논의를 위해 지난해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해 분류작업 업무를 택배사로 합의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에는 관련 내용이 빠져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생활물류법안에 대해 "분류작업은 택배종사자나 영업점의 업무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택배산업 전반을 지시하는 원청 사용자의 책임이나, 분류업무가 사용자 책임으로 구체적인 명시가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분류작업 문제가 생활물류법에도, 사회적 합의기구에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사가 약속한 분류인력 추가 투입과 관련해서도 회사측과 현장의 입장이 엇갈린다. 작년 10월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 종합 보호대책 발표 당시 CJ대한통운은 4000명,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각 1000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책위측은 투입 인력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기존 약속한 인력 투입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과로사 대책위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10일 대의원대회 논의를 바탕으로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인수지원인력(분류인력)을 투입하며 종합보호대책 당시 계획들을 이행하는 중"이라며 "전국 2000여개 집배점마다 상황이 달라 협의를 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인력 투입 외에도 건강검진 등의 대책들을 계획대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뉴스토마토 20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