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접수건 중 택배노조 신고
2018년 40%서 작년 57%로
지난 3년간 절반이상 차지해
배송 지연땐 실적 평가깎여
애꿎은 대리점주만 타격
비조합원 업무 가중 호소도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접수된 쟁의행위 신고 열에 여섯은 택배노조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택배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사측과 갈등이 격화하면서 애먼 대리점주와 비조합원 택배기사만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매일경제가 중앙노동위원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접수된 쟁의행위 신고 건수 578건 중 택배노조의 신고는 330건으로, 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는 2019년에는 860건 중 473건(55%)에 대해, 2018년에는 553건 중 223건(40%)에 대해 쟁의행위를 신고했다. 해마다 벌어지는 쟁의행위 2건 중 1건은 택배노조가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쟁의행위는 노사 단체교섭이 결렬됐을 때 노조 등이 행하는 일종의 실력행사로 파업이나 태업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15일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파기를 이유로 부분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신선식품과 규격 외 물품 배송을 거부했다. VIP 택배인 스마일 택배와 암웨이 택배도 추가로 배송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사측의 노조 인정·교섭 △별도 운임 폐지와 수수료 삭감 중단 △저상 탑차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전북택배지부는 사측이 택배수수료를 협의 없이 인하하자 충남지부와 함께 차량 30여 대를 동원해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파업이 근로자의 권리이지만 택배노조가 사측에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잦은 파업을 벌이면서 애먼 대리점주들이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업으로 택배 배송이 지연되고 소비자들이 원청으로 불만 사항을 접수하면 대리점주 평가 점수가 깎여 원청 업체와 재계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경기 김포시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A씨는 파업과 불법 태업 등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택배기사들도 고통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조의 배송 거부로 비조합원들이 대신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대리점주와 비조합원들만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법 학계 원로는 "파업으로 인한 택배대리점의 서비스 품질 저하는 대리점주의 귀책사유가 아니며 불가항력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원청이 손해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전년(40만1845일)보다 37.5% 늘어난 55만4009일로 집계됐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 분규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임금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평균 근로손실일수는 한국 38.7일, 프랑스 35.6일, 영국 18.0일, 미국 7.2일, 일본 0.2일이다.
매일경제 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