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추석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기습적으로 집하 마감일을 하루 앞당겼다. 택배 물량 폭증으로 인한 과부하를 막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사전예고가 없었던 데다 연휴 직전이어서 추석 택배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소속 대리점들은 전날 밤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16일 마감 예정이었던 일반 택배 집하를 15일로 앞당긴다”고 고지했다. 당초 회사 측은 냉동·냉장 품목과 편의점 택배는 15일에, 일반 택배는 16일에 마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감 일정을 하루 앞당김에 따라 당장 16일부터 접수된 물량은 추석연휴 이후에나 집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현재 모든 택배사가 허브 터미널(중간물류창고)에서 중계가 불가해 당사로 많은 물량이 유입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집하할 경우 타사 물량까지 당사에 집중돼 저희 또한 타격을 받아 배송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택배기사들과 대리점주의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조정 협상이 틀어지면서 CJ대한통운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는 지난달 19일부터 현재까지 한 달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부산에서는 로젠택배의 한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직장 폐쇄를 통보하면서 해당 지역 배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일부 소비자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담당 택배기사로부터 갑자기 소식을 전해 듣고 16일에 계획했던 택배물량을 겨우 오늘 접수를 마쳤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본사 차원에서 (조기 마감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경쟁업체의 터미널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우리 쪽으로 물량이 집중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몇몇 대리점에 집하를 서둘러달라는 취지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터미널 운영 주체는 원청인 택배사”라며 “대리점엔 집하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세계일보 202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