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뉴스

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우체국으로 쏠린 택배 대란... 신선식품 판매 농어촌 자영업자들 ‘한숨’
사무국1
2021-06-11 09:58:25
조회 97
우체국 택배기사 3800명 중 70% 택배노조 가입
택배파업 최대 피해자는 농어촌 자영업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9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면서 우체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우체국 소속 택배기사의 70%가 택배노조에 가입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체국 택배는 농수산물 같은 신선식품 판매 자영업자의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번 ‘택배 파업’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우체국 택배기사들이 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우체국 택배기사들이 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의정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모(55)씨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택배 파업 여파로 장사에 지장이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주 수요일이면 장사에 쓸 재료를 지방에서 우체국 택배로 받아 왔는데, 택배 파업 여파로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회사 책임으로 명확히 하고, 분류작업에 택배기사가 동원될 경우 비용을 지급하기로 택배 노사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달 8일 택배 노사가 다시 만나 세부적인 이행시점을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지만 결국 노사간 의견이 좁혀지지 못했다. 택배회사들은 시행시점을 1년간 유예하자는 입장이었고, 택배 노동자들은 당장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택배노조는 전면 파업 쟁의권이 있는 노조 조합원 2100명을 중심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현행법상 합법적인 파업은 단체교섭이 결렬됐을 때에만 인정된다. 이들이 전면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속한 택배 대리점들과 진행한 단체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아직 택배 대리점들과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아 쟁의권이 없는 나머지 조합원들은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나서기로 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전국 택배 노동자는 총 5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택배노조 조합원은 약 6000여명으로 전체 택배 노동자의 10% 안팎 규모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2100명의 택배기사만 전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택배 대란’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란게 택배업계 분석이었다.

그러나 우체국 택배는 상황이 달랐다. 전면 파업에 들어간 2100명 중 우체국 택배기사 규모가 얼마인지는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우체국 택배기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택배업계는 보고 있다. 우체국에 고용된 택배기사 3800명 중 70%가 넘는 2700명이 택배노조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전면 파업이 시작된 9일부터는 택배 이용 고객들에게 배송 지연을 안내하고, 다른 택배회사를 이용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냉장⋅냉동 식품의 경우에는 아예 배송 자체를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쌓여있는 택배물품은 파업으로 정체된 것들이다. /연합뉴스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쌓여있는 택배물품은 파업으로 정체된 것들이다. /연합뉴스

냉장⋅냉동 식품의 우체국 택배 배송이 파업으로 막히자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혼란만 가중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는 우체국을 중심으로 한 택배 배송 이용자가 많아 농수산물 배송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원래 농어촌 지역에도 우체국은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시골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우체국 택배 이용 비중이 크다”며 “발송이 지연되면 상품이 변질되는데, 택배 파업으로 다른 택배회사를 구하는 것도 당장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신선식품 판매 자영업자들이 어렵게 대체 택배회사를 구한다고 해도, 기존보다 비싼 택배 배송비를 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들이 택배 배송비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어서다.

구미의 한 식품회사 대표 김모(63)씨는 “택배 발송이 제한된다는 안내를 받고 급하게 다른 택배회사를 알아봤지만 지금보다 개당 500원 더 비싼 배송료를 요구했다”며 “그동안은 일정 물량 이상을 약속하고 값싼 배송비를 내고 이용해 왔는데,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데 빚을 내서 발송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상황이 크게 악화되자 우정사업본부는 일반우편물과 등기·소포를 배달하는 전국 1만6000여명의 집배원들을 택배 분류작업과 배송업무에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뾰족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집배원들이 기존 업무를 병행하면서 파업한 택배기사들의 업무까지 분담해야 해 소화 가능한 택배물량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당장은 긴급 조치를 취했지만, 배송 가능 택배 물량이 기존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원문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1/06/11/OUGWAT4RVNEFPKPHIQLYYZIZIQ/
출처 2021.06.11 조선비즈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