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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

내 친구 ‘택배’를 소개합니다.
관리자01
2020-12-09 11:51:38
조회 9
저에게는 어릴 때부터 함께 커온 친구가 있어요. 1992년에 태어나 올해 28살로, 젊고 창창한 미래를 갖고 있는 친구인 ‘택배’입니다. 제 친구 택배는 물건들을 전달해주면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세상에서 택배가 없어진다면 정말 불편한 세상이 될 거에요. 올해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일이 없어져 힘들어 하시는 걸 봤는데요. 택배는 오히려 잠잘 틈도 없이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점점 망가져가는 몸과 지쳐가는 마음 때문인지 언제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해요. 다사다난 했던 제 친구 택배의 28년간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유아기 (1992년~1995년)
지금은 건장한 청년이 되었지만 택배에게도 유아 시절이 있었답니다. 제 친구 택배는 1992년 한진에서 지금의 이름인 ‘택배’로 처음 불리기 시작했답니다. 한진 외에도 여러 곳에서 일을 했는데요. 1995년에는 현대택배, 1999년에는 대한통운택배 등 점점 더 많은 기업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답니다. 택배가 태어난 1992년에는 500만 개였던 취급물량이 1995년 8,800만 개로, 매출액 기준으로는 1992년 200억 원 규모에서 1995년 3,5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160%나 고속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는 배울 게 많던 어린 택배에게 교육이 강력하게 실시되었답니다.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면서 기본급 외에도 집배송 수당을 별도로 책정해 처우가 좋았다고 해요. 제 친구 택배의 만족이 고객만족으로 이어진다는 ‘고객 만족 경영’이 적극 반영되었던 거죠.

유년기 (1996년~2000년)
내 친구 택배의 성장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상당히 빨랐습니다. 1996년 1억 3,000만 개에서 2000년 2억 5,100만 개로, 매출액 기준으로는 5,200억 원 규모에서 2000년 9,1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답니다. 이렇게 일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점점 경쟁이 심해져 1996년에는 4,155원이었던 평균 택배단가가 2000년에는 3,654원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1995년 시작한 TV홈쇼핑의 영향으로 점점 소형화물도 증가했고 택배의 일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죠. 그에 따라 휴일택배, 김치택배, 경조택배, 꽃 배달 택배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했어요. 기업들은 급증하는 택배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택배전용터미널을 구축하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진, 대한통운에서 대전과 서울에 제 친구 택배만을 위한 전용터미널을 구축했고 지금도 볼 수 있는 라벨운송장제도가 도입되었답니다.

청소년기 (2001년~2011년)
청소년기에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택배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었고 택배 역시 열심히 일하면서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꼈답니다. 2001년 취급물량 3억 개와 매출액 9,600억 원에서 2011년 13억 300만 개와 3조 3,100억 원으로 폭풍성장을 했습니다. 온라인쇼핑몰이 시작되면서 고객이 증가했고 IT발전에 힘입어 택배 전산시스템이 인터넷과 연결되었어요. 고객분들이 운송장 조회나 이동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발전했답니다. 이제 제 친구 택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고조되면서 문제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가 시행되었어요. 2008년에는 택배차량이 도심 내 주정차 허용을 위한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답니다. 그리고 경쟁시장이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2011년에는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가 20개로 줄었답니다. 하지만 기업간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2001년에는 3,638원이었던 평균단가가 2011년 2,312원까지 폭락하면서 택배의 작업량이 늘어나고 수입이 줄어들어 조금씩 힘들어 하기 시작했어요.

성년기 (2012년~2019년)
성인이 된 택배에게 전문성이 필요했답니다. 의약품이나 중량화물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도 제 친구를 찾기 시작했죠. 2012년 3조 5천 232억 원이던 국내 택배시장은 2019년 6조 3천 303억 원으로 2012년 대비 80%가량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평균 택배단가는 2,171원으로 1997년 4,733원에 비하면 반도 안 되는 수준이 되었어요. 물량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져 이제는 택배산업이 붕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 친구택배는 바빠지고 인기가 생겼지만 지치기 시작했어요. 기업들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파업을 하면서 요구사항을 들어 달라고 했지만 여전히 택배에 대한 공식적인 법률이나 처우개선은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요.

김택배의 현재 (2020년)
택배는 2019년에 28억 개의 물량을 이동시킬 정도로 바빴었는데요 올해 초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잠잘틈도 없이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고 이젠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예요. 모두가 택배만 기다리는 슈퍼스타가 되었지만 택배가 언제까지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뉴스에서 보셨을 텐데, 택배와 함께 일하던 동료 택배기사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올해만 벌써 9명째 택배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는데요.(올해 9월 기준) 택배는 정말 마음이 아프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절망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파트 단지 차량 출입 제한이나 몇몇 고객들의 갑질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물론 이런 고충을 이해해줘서 국가에서 ‘택배 없는 날’을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고객의 불편함으로 인해 없애야 한다는 말도 있고 택배 없는 날을 위해서 일을 미루게 되어 그다음날로 편중되는 고충도 있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해요. 생활물류법을 제정하려는 노력 등 점점 처우개선을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곧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제 친구 택배는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택배가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필요해요.
글. 김종현(중앙대학교 3학년 국제물류학과)

출처 : 물류신문 20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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